우울증을 극복하는 5단계 과정 – 우울증 환자의 솔직 경험담

우울증을 극복하는 5단계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우울증은 아직까지도 본인만 알고 안으로 숨겨서 더 극복하기가 힘든 마음의 병입니다. 3번의 재발로 우울증과 이제는 친구처럼 함께 인생을 살고 있는 우울증 환자가 우울증을 극복하는 5단계 과정을 진솔하게 담아 보았습니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우울증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다 아는 연예인도, 대한민국에서 내로라 하는 의대 출신의 저명한 의사도 우울증을 겪고 있다- 혹은 겪었다는 고백을 종종 듣습니다. 우울증은 돈이 많다고 해서, 학력이 좋다고 해서, 외모가 뛰어나다고 해서, 인기가 많다고 해서 사람을 비켜가는 질병이 아닙니다.

우울증의 진원지


신경 정신 의학 연구자들은 우울증의 원인을 한 가지로 단정 짓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우울증이 유전학적, 생물학적, 심리학적 영향력과 삶의 스트레스가 결합된 결과라고 믿는데요. 제 경우와, 또 실제 우울증을 겪은 혹은 겪고 있는 사람들이 낸 책이나 인터뷰의 내용을 감안할 때 대개 아동기, 청소년기에 행복하지 못했던 삶의 환경이라는 공통 분모를 지닌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 가정 환경이 꽤나 시끄러웠고, 경제적으로도 그다지 좋은 상황에서 자라지 못했습니다. 빨리 돈을 벌고 싶어서 악착 같이 대학을 휴학 없이 4년 스트레이트로 졸업했고, 직장 생활도 나름 평탄하게 하고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 일에 대한 번 아웃과 연애사의 어떤 문제(이건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떠오르지 않아요. 엄청난 힘의 자기 방어 체계가 기억 저 깊은 곳에 가두고 있나봐요.)와 함께 우울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내면에서는 구멍이 뚫린 나무통처럼 서서히 침몰하고 있었던 것이죠.

첫 우울증으로 저는 3년 정도 병원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두 번의 우울증이 더 찾아 왔습니다. 두번째는 산후 우울증이었어요. 학교 졸업 이래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저는 아이를 낳은 후 몸이 갑자기 많이 아프게 되어 집에 있게 되었는데, 저의 아이는 순둥이 기질은 아니었지요. 아이의 울음 소리를 들을 때마다 공포감에 사로잡혔고 공황 장애와 과호흡 증후군까지 한꺼번에 찾아왔어요. 돌아보면 어떻게 살아 남았나 저 스스로도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울증을 고백할 수 없게 만드는 것들


우울증은 평상 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우울감과는 다른 상태입니다. 하지만 우울증의 정도가 심해져서 결국 아무하고도 말하고 싶어지지 않기 전에는 절친한 친구나 가족에게 내 마음을 털어 놓고 싶기도 한데요. 이 때 내 말에 공감해주고 깊이 이해해주는 사람만 있어도 상태가 더 악화되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그렇게 반응해 주지 않아요.

“일자리도 못 구하고, 몇 년 째 고생하고 있는 사람도 많은데, 네가 무슨 우울증이냐?”

“남편도 말썽 안 부리고 애도 잘 크고 있는데, 그거면 됐지 뭘 더 바라냐?”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여행이나 다녀와, 그럼 괜찮아지겠지. 나보단 네가 훨씬 나아”

“야 내가 너보다 더 힘들어, 투정 부리지 마”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우울증 환자들은 아… 결국 내 마음을 이해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구나 하면서 점점 더 자기만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정말 아무 것에도 삶의 의욕을 느끼기가 힘들어지게 되죠. 사람이 정말 죽음을 생각하게 되는 때는, 삶의 고됨, 괴로움 때문 보다는 삶의 공허함, 그 텅 빔을 온몸으로 느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한 때 방에는 항상 암막 커튼을 쳐둔 채,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하는 긴 시간을 보냈고 성인 여성으로 몸무게가 37kg까지 빠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이었어요. 잠깐 잠에 들었는데, 숨쉬기가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아, 이러다 정말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고, 신경 정신과를 찾아 진료 예약을 했습니다.

우울증을 극복하는 5단계 과정


우울증을 극복하는 5단계 – 1단계. 인정하는 것

우울증에 걸리게 되면 그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흔히 스스로 고립되고 심할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어지고, 구체적으로 그 방법을 모색하는데 집중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건 뇌가 이미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알렉스 코브가 쓴 “우울할 땐 뇌과학”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 책을 보면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의 사고 과정과 패턴이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아실 수 있게 될 겁니다.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걸음은 내 마음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아 내가 지금 아프구나. 하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되요.

우울증을 극복하는 5단계 – 2단계. 도움을 구하는 것

도움을 구한다는 것은 나의 우울증을 인정한 후 심리 상담이나 신경 정신과를 찾아갈 용기를 내는 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친구나 가족을 붙잡고 얘기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겨우 인정했던 내 상태를 더 악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도 있습니다. 도움은 전문가에게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하기 싫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을 때 딱 한 번 큰 마음 먹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 보세요. 그러면 내 편이 생깁니다. 타인이기에 오히려 더 솔직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막상 가 보면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이 참 많이 있어요. 남의 눈치를 보느라, 남의 시선이 두려워 병원에 가는 것을 망설이고 계시다면, 딱 한 번만 방문해보세요. 그런 생각은 저절로 사라지게 됩니다. 저는 산후 우울증으로 우울증이 재발 했을 때, 처음에 다녔던 병원에 다시 찾아갔었는데요. 선생님 앞에서 저도 모르게 한참을 울었습니다. 말도 제대로 못하고…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며 잘 살아 있어요^^ 지금도 항상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울증을 극복하는 5단계 – 3단계.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 마음이 내키는 대로 나에게 시간을 주는 것

심리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먹는다고 해서 우울증은 순식간에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약물의 경우도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해요. 이 때 증상이 빨리 좋아지지 않는다고 섣부르게 판단하거나 치료를 중단하는 일은 없으셔야 합니다. 조바심을 내지 말고 그냥 숨만 쉬고 있으셔도 돼요. 여전히 귀찮은 일이 많고, 침대에서 벗어나기 싫고, 잠만 자고 싶다면 그러셔도 돼요. 잠시 쉬어가는 시간, 오롯이 나를 치유하기 위한 가치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세요. 당신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어요.

우울증을 극복하는 5단계 – 4단계. 계획하고 움직이기

모든 우울증은 치료를 받으면 반드시 나아지게 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푹 자고 조금씩 먹기 시작하면, 내 머릿 속의 안 좋은 생각들이 조금씩 지워지기 시작해요. 어떤 분들은 그런 이유로 약물 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 삶의 의욕은 조금씩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푹 쉬었다고 생각한다면 그 다음으로는 스스로 움직여주는 일이 필요해요. 예를 들면, 하루에 한 번은 10분이라도 외출하기라던가 하루에 한끼는 꼭 제대로 챙겨 먹기 같은 것을 실천하는 거에요. 몸의 움직임과 뇌는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 몸을 움직이게 되면 우울증의 소용돌이가 사라지고 차츰 상승곡선을 그리게 되는 걸 경험하실 수 있을거에요.

우울증을 극복하는 5단계 – 5단계.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저는 물 공포증이 있어 여름에 하는 각종 물놀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는데요. 서른 다섯에 처음으로 수영이란 것을 배워봤습니다. 물론 초반에 꽤나 애를 먹었지만 점차 자유형, 배영, 접영까지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경험하고 그로 인해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나 스스로를 신뢰하는데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구지 활동적인 게 아니어도 됩니다. 뭐든 안 해봤던 일을 해보세요. 수세미 뜨개질 같은 것이요. 작은 기쁨을 모으면 삶을 멈추지 않고 전진시키는데 중요한 에너지가 될 것입니다.

마치면서

지난 해 회사의 경영 악화로 소위 한 일 한다고 평가 받던(?) 혹은 스스로 자부하던 저는 권고 사직 제안을 제안 받았습니다. 어릴 때 집에 정을 붙일 수 없었던 저는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성취감, 학생 때는 성적, 직장에서는 업무 평가가 제가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동기였어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더군다나 6년을 재직하던 곳에서 제 의지와 상관없이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 들일 수가 없었어요. 두 번째 우울증이었던 산후 우울증을 벗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가장 심각한 상태로 세 번째 우울증과 조우했습니다. 이 세상을 벗어나기 위한 실질적 방법들을 정말 많이 찾아보고 실행에 옮기려 했지요.

하지만 이미 두 번이나 겪어 본 저로서는 또 한 번 일어서는 길을 택했습니다. 다시 병원을 찾았고, 제 마음 속을 깊이 관찰하고 다독여주었고, 새로운 도전들을 했어요. 사실 우울증이 세 번이나 재발하면 평생 달고 갈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그래도 저는 괜찮습니다. 우울증과 함께 동행하는 여러 방법들을 터득했으니까요.

만약 이 글을 보시는 분이 현재 매우 힘들고 지치고 마음이 아프신 분들이라면, 부디 제가 밟아온 과정을 한 번만이라도 시도해보시길 진심으로 당부 드립니다. 괜찮아요. 지금 아파도 괜찮아집니다. 살지 못할 것 같은 날들도 다 지나가고 뒤돌아 볼 날이 정말로 옵니다.

그리고 만약 정상적이신 분들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우울감으로 힘들어하는 친구나 가족, 지인에게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그 사람의 감정을 무가치하게 판단짓는 일은 피해주셨으면 하고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우리 오늘도, 살아봐요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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